본문 바로가기

서로배움터;동글/[수료작] 밸류리포트

[서로배움터:동글 밸류리포트] 우리는 같이하는 사람입니다. (신제은)

우리는 같이하는 사람입니다.

 

서로 배움터: 동글
신제은

 

   혼자 하면 어렵지만 같이하면 마법같이 쉬워지는 것이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인생은 혼자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삶은 나를 주체로 타인과 함께 이루어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공존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나는 ‘같이'함으로써 나에게 이득이나 손해가 생기는 것과 관계없이 같이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사람으로서 살아간다는 감정을 느끼기에 같이 하는 것은 나의 인생에 대해 중요한 가치이다. 공공에서는 어떨까? 내가 생각하는 ‘같이'의 뜻과 공공이 생각하는 ‘같이’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나의 같이는 함께함으로써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의미라면, 공공의 같이는 서로 함께하며 배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하는 것을 뜻한다.

   공공에는 ‘그라운드 룰’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한 명이라도 느끼는 불편함을 우리가 모두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만드는 룰이다. 또, ‘같이’하기 위해 세우는 룰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라운드 룰을 만드는 방식은 이러하다.

  1. 일상생활 속 불편했던 것을 키워드로 작성한다.
  2. 모인 키워드를 유목화한다.
  3. 유목화한 키워드 중 가장 불편했던 것에 투표한다.
  4. 5개 내외의 키워드가 정해질 때까지 투표를 반복한다.
  5. 키워드를 전지에 적어 조별로 정해진 시간 동안 토론하고 정리한다.
  6. 한 사람이 모든 키워드에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시간마다 조를 바꾼다. 월드카페라고 부른다.
  7. 처음 키워드에 관해 토론한 조로 돌아와 지금껏 모인 정보로 룰을 만든다.
  8. 만들어진 룰을 정리해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9. 최종적으로 결정된 룰을 전지에 적고 모두가 동의의 표시인 사인을 전지 끝에 한다.
  10. 만들어진 그라운드 룰을 모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두고 틈틈이 확인한다.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함께하는 동그리, 청공단과의 관계가 편안해지는 것’이 가장 큰 것 같다. 그라운드 룰을 만드는 과정(그리고 그 결과물)을 통해 서로가 불편해하는 것에 대해 주의하여 행동해서 서로 상처받는 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공공의 공간 속에서는 편안해진다는 결과가 생긴다. 또, 그라운드 룰은 모두를 위해 같이 만드는 활동이기에, 다른 프로젝트보다도 같이라는 키워드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공공의 소중함을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공공은 가장 편안한 곳이 되었다. 

   다음으로 내가 소개할 공동체 활동은, ‘팀 프로젝트’이다. 사실 팀 프로젝트라는 말 자체는 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공공의 팀 프로젝트는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특별한 점은, 프로젝트의 주제를 동그리가 직접 정한다는 부분이다.

  1. 마인드 셋으로 프로젝트의 시작을 연다.
  2. 팀끼리 프로젝트 보고서(계획서)를 작성해 청공에게 수정을 받은 뒤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3. 계획서에서 정한 순서대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4. 프로젝트가 마무리된다.
  5. 프로젝트 과정과 의미, 내용에 대해 전시회 및 발표회를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전시회라면 도슨트, 발표회라면 PPT와 발표 준비 등의 역할을 정한다.
  6. 각자 역할을 수행할 때 쓰이는 정보들을 인터뷰한다.
  7. 대본을 준비한다. (전시회일 때, 도슨트도 전시 준비를 한다). 
  8. 전시회(발표회)가 마무리되면 다 같이 회고한 뒤 학기가 끝난다.

   이 과정을 거치면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난다. 내가 팀 프로젝트를 힘겨워하는 이유라면, 팀원과의 갈등이다. (예시를 들자면, 저번 여름학기-통찰[항해] 프로젝트에서 배의 디자인이나 기능성으로 다퉜던 일이 있다. 4명이 한 팀이 됐는데….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친하지 않을 시점, 2명 2명씩 알던 사이라 더 친해질 기미가 없었다. 그러던 중 안 맞는 의견을 수용하지 못해서 작은 기 싸움을 했었다) 그리고 그 지점이 공동체 의식을 굳히는 데에 도움을 준다. 싸우지 않고서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듯 솔직한 부딪힘이 오히려 서로를 알아가게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같이라는 키워드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공공에는 ‘가치관'이라는 것이 있다. 우선 이 글의 주제인 ‘같이' 에 관련된 공공의 정의를 골라 얘기하자면 ‘우리의 친구는 삶을 공유하고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사람이다.’와 ‘우리의 교사는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사람, 삶을 공유하는 사람이다.’라는 대전제 둘을 소개할 수 있겠다. 청공단의 계획처럼 우리는 누구보다 편안한 관계를 형성해 왔다. 아까 전 팀 프로젝트에서 소개했듯이 우리가 머리채를 잡은 적은 없어도 간간히 기 싸움을 했었다. 그렇게 상대방에 대해 이해하는 능력을 키운 것 같고, 공공이 아닌 다른 곳에서 와는 달리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우리의 관계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변함없는 조력자(청공단)의 역할이 꽤 많이 작용한 것 같다. 공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굳건하게 지켜왔기에 이런 가치관이 유지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같이’ 가치를 활용한 프로그램들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라운드 룰을 함께 정해 모두를 위하는 법을 배웠고,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솔직해졌다. 그러나 이는 프로그램 자체가 훌륭했다기보다, 같이한 동그리의 존재. 그리고 공공의 가치관을 꾸준히 지킨 청공단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 출처
1) [겨울 2차 - 통찰 2] 마인드셋, 그라운드 룰 만들기. https://burn79.tistory.com/98
2) 가을학기 결과보고서- 최종본 .pdf. 가을학기 결과보고서- 최종본.pdf


   여담1) 공공 초반에는 나에게 공공이 그렇게 소중한 곳이 아니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공공이 없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곳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나의 시간을 들여가면서 공공에 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생각 자체가 뒤바뀌었다.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사귀던 친구들을 훌쩍 뛰어넘은 공공의 동그리들은 공공 속에서뿐만 아니라 공공의 공간을 벗어나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동그리뿐만 아니라 청공단도 마찬가지였다. 예청공이 청공보다는 좀 더 친근하지만, 청공과는 왠지 겉보다 마음이 가까운 것 같은 느낌을 늘 받는다. 청공과는 허물없이 오랫동안 같이했기 때문일까?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쏭달쏭하다.

   여담2) 사실 나는 리포트를 쓰기 전에는 먼저 티스토리를 찾아본 적이 없었다. 이번 글에 참고하기 위해 공공 티스토리를 많이 보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아, 역시 공공은 다 계획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티스토리에 올라온 내용들은 생각보다 다양함과 동시에 단순했다. 다양해서 필요한 정보들을 전부 찾을 수 있었지만, 단순했기에 구체적으로 참고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답이 나와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많은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